http://www.zoglo.net/blog/kim631217sjz 블로그홈 | 로그인
시지기-죽림
<< 11월 2024 >>
     12
3456789
10111213141516
17181920212223
24252627282930

방문자

조글로카테고리 : 블로그문서카테고리 -> 문학

나의카테고리 : 보물 + 뒷간

[그것이 알고싶다] - "떡국"?...
2018년 02월 20일 01시 20분  조회:3834  추천:0  작성자: 죽림
[ESC] 김태권의 고기고기 여행

 

만화가 김태권.
만화가 김태권.
설음식은 역시 떡국. 떡에 따라 국물에 따라 종류도 많지요. 가래떡도 조랭이떡도 좋아요. (일본은 찰떡을 넣는대요) 멸치국물도 고깃국도 맛있죠. 저는 사골국물을 좋아해요. 달걀 지단과 김을 얹은 뽀얀 조랭이떡국을 생각하니 군침이 흐르네요.

 

뼈를 우려낸 국물 가운데 저는 제주에서 맛본 ‘접짝뼈국’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접짝뼈”라는 돼지의 뼈(이 뼈가 어느 부위인지는 사람마다 말이 달라요)를 푹 끓인 다음 입이 쩍쩍 들러붙을 만큼 걸쭉하게 메밀가루를 풀어 먹지요. 접짝뼈국 한 그릇이면 제주의 겨울바람도 튕겨낼 것처럼 든든합니다.

 

그런데 뼈를 먹는 일을 불편해하는 문화도 있어요. 다음은 만화와 영화로 유명한 신 ‘토르’가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의 이야기입니다. 거대한 망치를 휘두르는 토르는 두 마리 염소가 끄는 수레를 타고 여행합니다. 토르는 천하무적의 신인데 어째서 맹수가 아니라 염소와 함께 다닐까요? 배고플 때 잡아먹을 수 있거든요. 깨끗이 발라먹은 다음 가죽 위에 뼈를 모으고 망치를 휘두르면 염소들이 살아난대요. (어차피 다음에 다시 먹히겠지만요.)

 

한번은 토르가 가난한 농부의 집에 묵었어요. 얻어먹기는커녕 먹을 것을 나눠줘야 할 상황이었죠. 토르는 염소를 잡아 농부 가족과 함께 먹었습니다. 그런데 농부의 아들 티알피가 염소의 다리뼈를 분질러 골수를 빨아먹었어요. 살아난 염소가 다리를 절자, 토르는 화를 내며 티알피를 몸종으로 데려갔대요.

 

신화의 세계에서 뼈는 부활과 관계가 있나 봅니다. 다음은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이 들려주는 아메리카 원주민의 이야기예요. 인간들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하자 들소들이 절벽에서 뛰어내려 자기네 살을 내줬대요. 그 대신 우두머리 들소가 인간 소녀를 아내로 데려갔지요. 소녀의 아버지가 몰래 딸을 만나러 갔다가 소떼에게 들켜 흔적도 없이 짓밟혀 죽습니다. 우두머리 들소는 매정하게 쏘아붙였어요. “너희도 우리 가족을 이렇게 죽였지.”

 

서럽게 울던 소녀는 우물가에서 아버지의 등뼈 한 조각을 발견했어요. 소녀는 뼈 위에 담요를 덮고 마법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되살아났대요. 들소들은 깜짝 놀랐어요. “우리를 죽였을 때도 이렇게 해주지 않겠는가?” 이후로 동물들은 ‘자기들의 피가 대지로 돌아가면 다시 태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기꺼이 죽임을 당했다’고 신화는 전합니다.

 

이렇게 믿는 사람들 눈에는 우리처럼 뼛속까지 쪽쪽 빨아먹는 일은 지나쳐 보일 겁니다. 먹는 쪽이 먹어치우는 일에 바빠 먹히는 쪽이 되살아날 가능성까지 빼앗는 것 같으니까요. 반면 저는 기왕 목숨을 빼앗은 마당에 깨끗이 남김없이 먹어야 먹히는 쪽에 덜 미안하다고 생각하는 쪽이고요. 어느 쪽 생각이 맞을까요? 애초에 맞고 틀리고가 있는 문제일까요? 다시 생각해 보니 목숨을 빼앗긴 쪽은 이리 먹히나 저리 먹히나 마찬가지일 것 같네요.

 

조선 후기의 <청성잡기>라는 책에는 엽기적인 떡국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느 세도가 집안에서 눈·코·입·귀에 팔다리까지 달린, 어린아이를 꼭 닮은 떡을 빚어 국을 끓였다나요. (오래 못 가 그 집이 망했다고는 하지만) 왜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이 이야기가 불편할까요? 인간의 아이가 상징적으로나마 육식의 대상이 되어 부와 권력을 거머쥔 자의 밥상에 오르는 모습 때문일 겁니다. 먹히는 쪽이 되는 일은 즐겁지 않은 법이죠.

 

///김태권(먹기 좋아하는 만화가)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3117
번호 제목 날자 추천 조회
3117 [문단소식]- 황금의 가을에 "가을의 눈"을 보다... 2024-09-09 0 756
3116 [문단소식]- 중국조선족 시인들 시향이 바다로 건너 섬으로 가다... 2024-09-09 0 809
3115 20세기의 신화/김학철(제목 클릭하기... 訪問文章 클릭해 보기...) 2024-08-23 0 927
3114 김학철/정판룡 2024-08-23 0 886
311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노벨평화상" 경매 기부, 남의 일이 아니다. 2023-04-21 0 3589
311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영화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5-29 0 3065
3111 [그것이 알고싶다] - "청와대로 가보쟈..." 2022-05-14 0 2634
3110 [세상만사] - "문제...문제" 2022-05-14 0 1959
3109 [해외문단소식] - "죽음의 굿판을 걷어치워라..." 2022-05-09 0 2426
3108 [해외문단소식] - "그리움도 화석이 된다..." 2022-05-09 0 2328
310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피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5-02 0 2443
310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이야기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5-02 0 2262
310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그림책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5-02 0 2112
310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록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4-08 0 2438
310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무라토프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4-08 0 2177
3102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언어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4-08 0 2140
310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노래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3-24 0 2280
3100 [그것이 알고싶다] - "노벨 평화상" 2022-03-24 0 2205
3099 [록색문학평화주의者] -"평화상" + "인도주의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2-03-24 0 2132
3098 [세상만사] - "고래 똥 = 로또"... 2021-10-12 0 2796
3097 [별의별] - "둥글다"와 "평평하다"... 2021-09-13 0 2758
3096 [세상만사] - "표면이 벗겨진 금메달" 박물관으로... 2021-09-02 0 2300
3095 자유 자유 그리고 자유... 2021-08-07 0 2346
309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생태복구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7-14 0 2396
3093 [별의별] - 소똥과 신성화... 2021-06-25 0 2643
3092 [세상만사] - 윤여순 / 윤여정 + (딸) = 원동력 어머니... 2021-06-04 0 2636
3091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코끼리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6-04 0 2686
3090 [문단소식] - 송화강반에 피여나는 문학의 향연... 2021-05-23 0 2371
3089 김승종 譚詩 "추억 다섯개비"를 고향 향해 올리나니... 2021-05-23 0 2639
3088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대기오염문제",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22 0 2627
3087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평화의 녀신",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6 0 2731
3086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미인평화",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6 0 2868
3085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평화와 미인"... 2021-05-16 0 2996
3084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평화와 시인의 죽음"... 2021-05-16 0 2994
3083 [록색문학평화주의者] - "쥐 떼와의 전쟁", 남의 일이 아니다. 2021-05-15 0 2994
3082 [세상만사] - 심봤다... 억... 2021-05-10 0 2663
3081 [세상만사] - 천종산삼... 억... 2021-05-10 2 2457
3080 [세상만사] - 100년 산삼 한뿌리... 억... 2021-05-10 0 2634
3079 [그것이 알고싶다] - "민성보" 2021-05-10 2 2921
3078 [별의별] - 코끼리와 새둥지 새끼새 2021-05-10 0 2845
‹처음  이전 1 2 3 4 5 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